오늘도 퇴근을 해냅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출간하면 좋은 점이 있다.

내 생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지금의 감정과 생각은 시간이 지나 그때의 감정과 생각으로 변할 것인데, 그것들은 몹시도 휘발성이 강해서 금방 잊힌다. 다른 날 보다는 좀 더 지쳤던 하루를 마치고는 집에 와 책상에 앉았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요전 날 출간된 나의 책을 집어 들었다.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오늘도 출근을 해낸 직장인들에게 작은 위로와 선물이고 싶었다.

나를 포함하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자신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실제로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위로가 되고 묵직한 마음의 힘이 올라왔다고 해줬다. 그런 위로와 힘이 오늘 나에게도 필요했나 보다. 낯부끄럽지만, 앉은자리에서 내가 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휘발된 감정과 생각들이, 마치 이 글을 정말 내가 썼을까란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분명, 위로가 되었다. 재밌기도 하면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늘도 퇴근을 해냅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출근하는 것은 대단하다.

하지만, 어쩌면 퇴근을 해낸 나 자신은 더 대단하다. 출근을 했으니 퇴근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어찌 되었건 일을 어떻게든 마무리했으니 퇴근을 한 것이다. 일을 하다 쓰러진 것이 아니니 퇴근을 할 수 있었고, 온갖 설움을 꾹 참고 사직서를 날리지 않았으니 퇴근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직장에서 버틸 수 있는 하루의 마음 근육은 퇴근을 해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비장한 각오로 출근을 했다면, 더 비장한 각오로 하루를 버텨야 한다. 퇴근은 버틴 자에게 오는 하루하루의 선물이자 조금은 더 강해졌다는 증표다. 그러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출근을 해냈냐 보다는, 얼마나 많은 퇴근을 해냈는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멍하니 앉았다가, 스스로 쓴 책을 읽다가, 전쟁과 같은 하루를 마친 스스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퇴근을 해낸 나를 인정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오늘도 난, 퇴근을 해냈으니까.

당신도, 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