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처럼 ‘아~너무 잘 잤어’라는 표정으로 두 팔 높이 기지개를 켜며 아침을 맞이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다지 상쾌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물먹은 솜처럼 묵직한 피로를 느끼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알람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두꺼운 커튼을 걷어내자 화창한 제주도 하늘이 눈앞에 보였다.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평소와 달라진 생활패턴에 조금 더 피곤해진다. 하지만 설레고 들뜬 마음에 약간의 피로감쯤은 기분 좋게 날려 버리게 된다. 제주도에서의 상쾌한 기상 장면을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한들 어떠한가. 오랜만에 만나 정겨운 시간을 보냈던 어젯밤의 여운은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고 오늘은 또 다른 재미있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 첫 일정을 위해 화장도 하지 않은 민얼굴에 간편한 티셔츠와 레깅스 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일행 중 한 명이 1일 요가 클래스를 추천해줘서 함께 해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려 전원주택이 있을법한 한적한 길을 지나자 잔디 마당과 넓은 데크가 있는 집이 나왔다. 주변에 집들이 몇 채 있었지만 매우 조용한 동네였다. 요가 선생님은 호리호리하고 아담한 체구였지만 햇볕에 알맞게 그을려 건강해 보이는 피부색과 적당한 근육을 가진 분이었다. 오늘의 수업은 우리 일행과 현지 남자분 1명이 전부였다. 모두 요가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초보라고 하자 저마다 다른 컬러의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 세트를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거기서 각자 마음에 드는 컬러를 하나씩 골라보라고 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아로마 오일이었고 선택한 색상의 향을 약간 맡아본 후, 향이 마음에 들면 손목에 뿌려주었다. 아마도 요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컬러테라피와 아로마테라피를 이용해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편안한 상태로 몸을 이완시키며 비교적 쉬운 자세부터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나는 다리가 찢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유연한 편이어서 요가 수업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항상 컴퓨터 앞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있었던 세월이 길었던 것인지 몸은 내 맘같이 움직여주지도 않았고 특정 움직임에서는 몸에서 뚝뚝하는 소리가 나기까지 했다. 게다가 요가의 중반부에 접어들어 약간 근력을 필요로 하는 동작을 하기 시작하니 약했던 허리가 뻐근해 오며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는 몸이 많이 풀릴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강사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했다. 움직임이 크지 않았지만,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은근하게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동작 하나하나를 다리가 떨릴 정도로 열심히 따라 하고는 마지막으로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휴식 자세를 취했다.

한낮이 되기 전이라 아직 더운 느낌 없이 온도는 적당했고 우리가 요가를 하고 있는 데크 위에는 햇볕을 가려주는 흰색 차양이 설치되어 있어 은은한 햇살을 즐길 수 있었다. 몸의 근육들이 풀려서일까, 불편한 곳 없이 따스하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몸에 땀이 배어 찝찝할 만도 했지만 살랑이는 바람에 아침 기상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1시간 이상 부지런히 움직이고 잠시 누웠을 뿐인데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평온하고 달콤했던 찰나의 시간을 끝으로 오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사실 요가를 오늘 처음 해본 것은 아니었다. 조금 오래되기는 했지만 예전에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곳에서 한 달에 주 2회 요가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원장님께서 꽤 유명한 분이셨고 강사도 여러 명인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꽤 많아서 수업 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자리 잡기도 힘들었다. 그 당시 나는 허리 통증에 시달려 교정 목적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허리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자세는 취할 수가 없었다. 많은 인원수에 강사가 수강생 한 명 한 명 자세를 교정해 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허리 아픈 나까지 신경 써주기는 힘들었다.

그 이후로는 책이나, 동영상을 통해 대충 흉내 내듯이 따라 해본 것이 전부였다. 요가를 혼자 했을 때의 문제점은 내가 지금 정확한 자세로 운동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대부분의 운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호흡을 놓치기 쉽다. 내가 많은 책과 동영상을 접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호흡에 대해서는 빠뜨린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직접 해보면 요가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들도 호흡이 꽤 중요하다.

이번 요가 수업은 지인의 추천에 ‘재미있겠네’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따라갔지만,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그곳이 일상에서 벗어난 장소 ‘제주도’라는 설렘이 있었고 날씨도 적당했으며 처음 만난 강사님은 차분하게 한 명 한 명 지도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지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사람들과는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해도 즐거운 법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동시에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