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의 아쉬움이 너무 커서 하루만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집으로 돌렸다. 이렇게 아쉬움이 큰데도 집으로 돌아가 짐을 풀고 나면 ‘역시 집이 최고야!’ 하며 안락함을 느낀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익숙한 공간, 향기, 잠자리 이불의 촉감까지 하나라도 이질적인 것 없이 편안한 나의 집이다. 여행지가 너무 좋아서 거기서 눌러살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 바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족이나, 직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여행지에서 바로 눌러살 수 있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그곳이 너무 좋았다면 돌아와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주 계획을 세우거나, 보통은 바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워 가까운 시일 내에 재방문하는 비율이 좀 더 높지 않을까?

제주도는 워낙 인기 관광지라서 몇 년 전부터 여행으로는 모자라 ‘제주도 한 달 살기’ 열풍이 SNS를 타고 유행처럼 번져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 소식을 수없이 접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했던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아마도 그것에 대한 열망이 무척 컸다면 어떻게든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이라도 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서 매번 ‘참 좋겠다’ 정도로 그치고는 했다. 제주도의 인기는 지금도 진행형인 것 같다. 1달도 모자라 1년 살기, 또는 아예 이주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니 말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하다 보니 한 달 정도 살면서 제주도를 좀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번 짧은 일정으로 여행하니 유명한 곳 위주로 돌아다녀 항상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살아보면 한 달도 아쉬울지 모르지만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올레길을 산책하고 전통 시장도 구경해보고 제주도만의 숨은 명소들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집으로 돌아온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제주도 난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8~9년 전쯤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작년과 올해 연이어 방문한 제주도는 공사하는 곳이 너무 많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구역마다 여기저기 건물을 올리거나 땅이 파헤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세컨하우스 컨셉의 오피스텔 광고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바다 조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라이앵글 특화 설계를 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한 광고였다. 깨끗하고 편리한 오피스텔, 그것도 제주도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라니 욕심날 만했다. 하지만 내 눈에 삼각형 모양의 대형 건물은 제주도 어디에 두어도 왠지 어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외에도 뉴타운, 테마파크 등의 개발 예정 일정이 빼곡했다.

이번에 내가 묵었던 숙소는 굉장히 깔끔하고 현대적이었지만 약간은 외곽에 위치해서 아주 조용했다. 바다 전망도 아니었고 바로 옆에는 마늘밭이 있어서 마늘 향이 진하게 나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제주도 특유의 돌담과 마늘 냄새는 지독하다기보다는 정겨웠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해수욕장도 있었다. 오히려 그런 곳이었기에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고 그런 제주도의 정취에 반해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제주도는 이국적인 섬이라는 점도 있지만 화려한 모습보다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한적함 그리고 제주도만의 특색 있는 자연경관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제주도에 대한 뉴스들은 좋은 뉴스들보다는 개발에 따르는 문제점이 주로 다뤄졌다. 제주도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단순하게 접근하는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화산 암반수로 유명한 제주 삼다수는 생수 중에서도 믿을만한 생수로 유명했다. 그런데 정작 제주도 현지는 난개발로 인해 상수도 문제가 야기된다는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이외에도 올레길이나 오름, 동굴 등 자연환경과 역사유산의 훼손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다 보니 여행지에서 원하는 것도 다르겠지만 대부분 그곳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좋아서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곳만의 자연스러운 특색은 사라지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나 특징 없는 테마파크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제주만이 가진 특색이다.

부산에서 유명한 광안대교는 처음 지어질 때 반대 여론이 많았지만, 지금은 광안리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제주도에 지어지는 것들도 이후 어떻게 평가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곳의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조화로운 개발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