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한 분야를 꾸준히 해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아직 40년을 채 살지 못했기 때문에 살아온 인생조차도 40년이 되지 못한다. 지난 주말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에 다녀왔다. 두 분은 1978년에 각자 솔로 가수로 데뷔하였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0년에 결혼하였다. 솔로  음반을 이어가다 1984년부터 듀엣으로 활동하였고, 그때부터 정태춘, 박은옥은 각자가 아닌 두 사람의 이름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붙어 다녔다. 두 사람의 이름 중 누구라도 찾아보면 연관검색어로 상대방의 이름 또는 정태춘, 박은옥이라고 꼭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름이라 검색을 해보니 정태춘 씨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이 검색되는 반면 박은옥 씨에 대한 정보는 빈약하기도 했거니와 데뷔 시점이 제각각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콘서트에서 본인이 직접 했던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비슷한 시기에 솔로 가수로 각자 데뷔하여 만났다고 하니 검색 사이트의 정보는 참고만 하기로 했다. 1980년에 결혼하여 2019년 지금까지 결혼 생활은 물론이고 가수로서 함께 해온 두 사람이었다. 콘서트를 다녀와서 느낀 두 사람의 열정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40년의 가수 생활은 막바지가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까지 다녀왔지만, 나에게는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노래에 반해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아무래도 부모님께서 청춘이던 시대에 왕성하게 활동한 가수이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어린 시절 한국 대중가요, 포크송 이런 음반에는 꼭 들어있었던 노래들을 불렀던 두 사람, 지금은 한국 포크 음악 역사의 중심 또는 거목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국 음악사에 있어 한 획을 그었지만, 항상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만은 아니었다.

정태춘의 가수 데뷔 전 일대기를 보면 청년 시절 많은 방황을 했던 것 같다. 군 복무를 하며 본격적인 작사 활동을 시작한 것인지 많은 곡을 썼고 거의 제대하자마자 데뷔를 했다. 1978년 11월 데뷔를 하고 1979년 바로 MBC 신인가수상과 TBC 방송 가요대상, 작사 부문상을 수상했으니 데뷔가 무척 화려했다. 1980년 1월 두 번째 음반을 발표하고 5월에 박은옥과 결혼을 했는데 두 번째 음반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결혼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겪었다고 한다. 그 사이 자녀도 태어났지만, 오락 프로그램, 예능에는 소질이 없었고 세 번째 음반까지 연속 실패를 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1984년 부부 듀엣 ‘정태춘과 박은옥’을 결성하여 발표한 4집이 크게 인기를 얻으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이름은 항상 붙어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에 대한 존경과 찬사가 이어지는 데 정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정태춘이 박은옥에게 감탄했듯, 박은옥 또한 정태춘의 노래 가사를 보고 어떻게 이런 곡을 쓸 수 있지 하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 서로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재능에 먼저 끌린 것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니 두 사람이 음악이고, 음반이 곧 그들 자신이었다. 정태춘과 박은옥을 붙여서 부르는 것처럼 그들과 그들의 음반은 따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공들여 제작한 두 번째 음반이 대중에게 외면받으며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두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도 2012년 앨범을 마지막으로 창작활동을 멈추었다. 그 후 정태춘은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고 그 시간 동안 사자성어, 한시, 붓 글쓰기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는 창작활동을 멈추었던 때를 이야기하며 ‘소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본인 자신에 대해 대중적인 부분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그에게 있어 음악은 대중과 소통하는 수단이었고 그것이 원활하지 않자 과감하게 활동을 멈추어 버렸던 것 같다.

그의 노래 가사를 보면 서정적 느낌이 들며 시를 낭독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중가요들과 사뭇 다른 노래 가사는 마치 자기 생각을 써 내려간 일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인터뷰에서 초기 음악은 나의 일기라고 한 내용을 보았다. 역시 그들의 음악에 자기 자신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특별한 기교나 꾸밈없이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만들어낸 것이 아닌 자신을 담아낸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40년 동안 걸어올 수 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