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나는 갑자기 목이 따갑더니 몸살감기 기운이 들었다. 올겨울 올 듯 말듯 불안한 기운을 몇차례 느끼긴 했지만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갔었다. 그런데 기온도 적당하고 딱 좋을 때쯤 감기라니 당황스러웠다. 이번에도 적당히 지나가려나 생각하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감기약을 먹었다. 하지만 다음 날 더욱더 따갑게 부어오른 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바로 이비인후과로 갔다. 2~3년 전쯤 한번 와봤던 병원이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었다. 그래서인지 약을 순하게 지어주고 그 흔한 주사도 웬만해서는 잘 처방하지 않던 곳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비염으로 고생을 해서 내성이 생긴 탓인지 이 병원의 약이 잘 듣지 않는듯한 느낌을 받았었고 그 뒤로 잘 찾지 않았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비인후과만 3-~4곳이 있어 아플 때마다 한곳 한곳을 돌아가면서  다녔었다. 그 뒤로는 다행히 갈 일이 없었다. 몸은 아프고 예전에 갔었던 병원이 어떠했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급한 대로 검색을 통해 그중 좋다는 병원을 왔더니 예전의 거기였다. 의사는 진찰 후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꽤 많이 부어서 불편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주사와 약을 함께 처방하며 3일 뒤 다시 오라고 했다. 예전 기억에 별것 아닌듯한 의사의 표정과 함께 간단한 약 처방전을 받았던 나의 경험상 이번에는 상태가 심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를 맞고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받아들고 돌아왔다. 식사 전이라 약은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주사의 약효가 셌던 건지 몸이 아파서 그런 건지 머리가 어지러워 왔다.

이때를 기점으로 평온함을 유지하던 나의 신체 리듬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마침 일이 있어 푹 쉰다는 느낌으로 쉬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무리라고 할 것도 없는 스케줄이었다. 아프니까 당연히 약 먹고 쉬기를 반복했다. 주말에는 약을 먹고 나면 낮, 밤 관계없이 억지로라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몸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일주일이 지나자 목의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다른 통증이 시작되었다. 목이 점점 나아지기 무섭게 두통, 어지러움, 미열과 함께 몸살 초기 상태, 그리고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는 변화된 증상이 나타났다. 또다시 병원을 찾았고 급성 축농증 증상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려 일주일 분량의 약을 한 봉지 가득 받아왔다. 약을 먹고 있는 일주일 동안 내 몸은 계속 잠이 와서 죽겠다고 아우성치었다. 종일 졸음이 나를 따라다녔지만, 막상 자려고 누웠을 때는 어지럽기만 할 뿐, 쉽게 잠들지는 못했다.  오전에 무언가 하려고 정신을 집중하면 차를 운전하고 있어서 잠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처럼 신경이 바짝 긴장한 듯 목이 뻣뻣해졌다. 말이 긴장한 상태이지 졸음은 막을 수 없어 무방비로 꾸벅꾸벅 졸게 된다. 그리고 막상 자려고 하면 그 긴장된 끈이 풀리지 않고 연결된 채로 계속되는 것 같았다.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인지 아침이 되면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뭔가 기분 나쁜 끈끈한 것을 이불 대신 깔아놓은 것처럼 바닥에 딱 달라붙어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상태에서 의식은 살짝 깨어나서 뇌의 반은 꿈을 꾸면서도 나머지 반은 외부를 살피며 계속해서 일어나야 해!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겨우 일으킨 몸의 묵직한 느낌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무거워서 띵하고 멍한 것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몸이지만 내 몸 같지 않고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는 정말이지 기분 나쁜 느낌이다. 영화 ‘Get Out’에서 주인공이 최면에 걸려 끝없는 어둠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몸의 상태를 아마도 그런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감각도 느껴지고 깨어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의식은 어둠 속으로 자꾸만 끝없이 가라앉는 듯하다. 거기가 어딘지 도저히 알 수 없고 나의 의식은 그곳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가라앉는다. 눈을 뜨고 의식이 선명해지면 종이 한 장 차이보다 가까운 거리겠지만 이런 느낌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지구에서 우주까지의 거리처럼 멀게만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약은 이제 다 먹었고 이제는 이런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의 머릿속은 안개가 뒤덮여 있는 것처럼 뿌옇고, 탁하다. 나는 그동안 정신으로 육체를 제어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 차리려고 노력해도 깜박거리는 촛불 같은 나를 보고 있자니 건강한 육체가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해 주는 것 같다. 지금은 그저 하루빨리 회복되어 상쾌한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