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해부터 한의학, 정확히는 추나, 즉 척추를 교정하는 요법으로서의 치료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수없이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의사들이 많은 부분을 희생함으로써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의료 보험 제도안에 과학과는 아직도 거리가 먼 한의학이, 비록 제한적으로나마 그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반발과 논란이 일고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이것에 대해서 전문적인 영역으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 개인적인 경험들을 떠올릴 뿐이다. 정확히 추나는 아니지만, 과거 고등학생 시절에 카이로프락틱을 받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의 효과는 꽤나 즉효였고 긍정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그때도 이 요법을 받는 게 굉장히 고가였다는 점인데, 나는 당시에 과도한 운동, 그리고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이후 후유증으로 몸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집안의 경제력이 버텨주었기에 지속적으로 꽤 오래 카이로프락틱을 받으러 다닐 수 있었는데 내 기억에 당시 2004년인가 기준으로 한달에 80만원이었으니, 엄청난 고가였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가격이 저렴해진 덕분이기도 하고, 그 논란의 와중에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에 추나를 한번 받으러 갔다. 알아보니 동네에 전문적으로 추나만을 하는 한의원이 있었고, 예약은 없이 당일 방문했다. 한의원보다는 정말 물리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 분위기였다. 굳이 한의원이라는 타이틀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거기다가 사용하는 교정 베드에도 ‘카이로프랙틱’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으니. 이정도면 캐나다에서처럼 예방의학이나 교통사고 후유증 완화를 위하는 경우에서처럼 차라리 카이로프랙틱을 의학의 과정 안으로 넣어서 전문 영역으로 연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야기가 샜지만 가자마자 ‘어디가 아프냐’며 물어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근데 사실 딱히 나는 ‘생활에 불편함’을 가질 정도의 아픔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솔직한 얘기로 추나가 의료보험으로 가격이 저렴해졌다, 라는 사실에 호기심으로 가 본 것이 가장 컸다. 효과가 좋으면 요즘 허리 아프다 눈이 침침하다 하는 할머니도 같이 모셔가서 받아보게 할 요양이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일자목 때문에 목이 좀 아프긴 했다. 그리고 왼쪽 허리, 2011년 연초,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유도하다가 찌그러진 왼쪽 허리 통증. 이거는 만성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거의 못고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평소에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어느순간부터 신경에 거슬리게 슬슬 아파오게 되었다. 물론 태극권을 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몸의 모든 통증을 다스릴수 있게 된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목이랑 허리뿐만 아니라 비대칭이 좀 있는 것 같은 골반과 왼쪽 무릎도 안 좋은 것 같고…

벼라별 생각이 다들고 안아픈 곳이 없는 것 같았지만 결론적으로 허리와 목의 만성적인 통증만을 이야기했다. 베드에 눕힌 채로 의사 분이 여기저기 문진을 하더니, 목에 심각하게 굳어진 부분이 있다-면서 특정 근육을 압박하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통증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정도로 아픈걸 보면 정말 굳어있긴 했었나보다. 거기에 허리의 경우는 그냥 평상시인데도 긴장할 필요가 없는 근육이 계속 긴장해있다고 했다. 마찬가지 눌렀을 때 엄청난 통증이 오는 부위. 다리의 경우는 비대칭이 와서 왼쪽이 길고, 보통은 긴 다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도.

음, 생각보다 족집게네? 하는 생각을 막 한 시점에서 목이 좌우로 한번씩 우드득 거리며 꺾였다. 당연히 통증이 있었고, 그런데 너무 생경하고 오랜만에 느끼는 통증이나 아프다고 힘이 들어갈 새도 없었다. 아프다고 식식거리고 있는 와중에 어깨가 교차되더니 허리가 두차례 눌려졌고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니 이정도에 허리가 아파요?’ 라고 의사분이 말했는데 간신히 ‘아뇨, 허리가 아니라 어깨가…’ 라고 대답했다. 그건 또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의사는 이거에 어깨가 아픈거면 어깨도 안 좋으신 거, 라고 말을 했다. 사실 족집게라고 하긴 뭐한게 나 같은 경우는 살면서 온몸 관절을 안 다쳐본 적이 없었다. 어깨는 말할 것도 없고.

치료가 허리로 내려오고, 무릎에서 발목으로 내려간 뒤 베드에서 자세를 바꿔가며 몇 번 쿵쿵거리는 치료가 이어진 뒤, 윗층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오라고 했다. 추나를 받았는데 위에서 또 도수치료를? 왠지 치료비가 비싸질 것 같다는 우려가 스멀스멀 들었는데(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올라가니 손이 솥뚜껑만한 물리치료사분이 대기하고 있었다. 영업방식이 좀 특이했는데 서로의 치료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치료의 과정으로 두분이 연계해서 진료하는 방식인 듯 했다. 올라가니 다시 처음부터 어디가 아픈지를 이야기해야했고, 이번엔 카이로프락틱 베드가 아닌, 평평한 베드에서 물리치료사분에 의해 온몸 근육을 비틀고 쥐어짜내지면서 스트레칭을 했다. 거의 당했다고 봐야되는 게 맞는 말이려나.

개인적으로 추나보다도(카이로프락틱을 아주 예전이지만 받아본 기억이 있으니) 물리치료사가 해주는 도수치료 쪽이 좀더 충격적이었는데, 태극권과 기타 재활 운동을 해서 몸상태를 많이 끌어올려놓고 유연성도 역대 살면서 가장 좋은 축에 속하는 상태라고 생각했었는데, 치료사분이 잡아늘리고 누르고 찔러오는 근육들이 다들 딱딱하게 굳은 데다가 안아픈 곳이 없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만성인 허리통증의 원인을 짧아진 엉덩이쪽, 그리고 고관절쪽 근육들, 그리고 이상하게 긴장해있고 길이와 위치가 맞지 않는 왼쪽 허리라고 ‘정확히’ 짚어준 데 있었다. 치료받은 당시에 알려준 스트레칭을 지금도 기억해서 매일 하고 있는데, 확실히 효과가 즉효까진 아니어도 있는 듯 하다.

그러고 다시 한의원으로 내려왔더니 이번엔 침치료와 물리치료, 그리고 부항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개의 치료를 차례로 받고 났더니 거의 처음 병원에 들어온 뒤로 1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리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었다. 큰 대기 없이 1시간의 치료를 스트레이트로 받고 나니, 거의 무슨 전신 마사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 실제로 도수치료와 추나는 마사지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 있겠지만.

가격은 추나만 받은 것이 아니었기에 예상보다는 비싸게 나왔다. 2만원대로 예상했던 가격의 2배가 나왔으나, 개인적으론 만족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다시 재방문해서 치료를 받을 의사가 생겼고, 할머니를 모시고 갈 생각도 역시.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2010년에 군대를 갓 전역하고 나서, 그때가 아마 몸 상태가, 어떤 외관상으로는 보기 좋았지만, 속으로는 거의 썩어 문드러진 상태였어서, 가장 좋지 않은 시기 중의 하나였다. 허리-는 군대 가기 직전에 찌그러져서 다친 왼쪽 허리가 군생활내내 시달림을 받았으니 뭐 자다가도 아파서 일어날 정도였고, 어깨-는 이때당시만 해도 왼손으로는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했고 백팩을 맨 채로 10분 이상 걸은 뒤에는 한번씩 쉬어줘야 했었다. 특히 왼쪽 무릎은 바깥쪽 인대의 통증이 심해서 최대 가동범위로 관절을 쓸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왼쪽 무릎, 왼쪽 허리, 왼쪽 어깨 까지, 몸의 반신에 통증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낄 정도로 기능 이상을 겪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장애인 판정만 안받았지 반신을 제대로 못 쓰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야 될 것 같다는(거기에 원인 불명의 통증을 한쪽 전체에 달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자 어떻게 해서든지 이 증상을 밝히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큰 대학 병원을 찾아가서 증상을 물었는데, 엑스레이도 CT촬영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었다. 나는 당시에 굉장히 답답했는데, 최대 가동범위로 관절을 움직이면 분명 극심한 통증이 오는데 원인이 없이 멀쩡하다고만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MRI 촬영을 해보자고 했는데, 이게 내 기억에 어깨, 무릎, 두 부위를 합쳐서 108만원이었다.

운동을 하다가 다친 게 만성으로 발전을 하고, 무엇보다 바로 군대를 가버리면서 치료 시기도 놓쳐버린데다가,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고통을 느낄 정도로 심했으니, 내가 그 108만원짜리 MRI에 거는 기대는 정말 컸다. 근데 결과는 다시 또 ‘깨끗함’이 나왔다.

사실 깨끗함은 큰 문제가 안됐다. 뭐든 내가 아픈 부위의 진단법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어떤 진단으로는 문제점이 발견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진단을 했는데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 So what?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럴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뒤에 의사의 태도는 좀 상관이 있었다. 그 의사는 지금 생각해도 빡치는게 진단결과 문제가 없는 걸로 나왔으니 당신 몸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라는 태도로 나왔다. 당신 몸에는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운동이 부족합니다, 라고. 아니, 이런, 내가 운동을 몇 년을 했는데… 심지어 그 때 당시에도 꽤 강도 높게 운동을 하다가 통증이 심해져서 잠시 쉬며 병원을 온 상태였다.

진단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게, 내 몸에 아예 문제가 없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을텐데, 그리고 그게 내 통증이 가짜라는 의미가 되지는 않을텐데, 그 의사는 그리했었다. 내가 아프다고 하는 부위에 문제가 없고 당신은 운동부족이니 운동을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라는 도돌이표 대답만 반복하기에 내가 ‘분명히 문제가 있고 통증이 존재하는데다가, 운동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라고 이야기하자 의사가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니 지금 의사가 이렇다 라고 얘기하는데, 자꾸 뭐라고 토를 다는 거에요?”

그길로 때려치고 나왔다.

그리고 그 문제 없다고 한 부위들은 결국에 재활 스포츠로 태극권을 하고 나서야 나아졌다. 얼마전에 추나를 받아보니 그마저도 몸에 밸런스를 더 맞춰야 해결될 것 같단 결론이 났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담만을 나열할 뿐이지만, 한의원에서 추나를 받을 때는 문진을 받고 진단을 받으면서 크게 내 의견이 무시당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단을 받을때는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의 서비스를 받아야 했고(그걸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의료보험의 혜택으로 인해 의사들이 희생을 하거나 말거나 나로서는 108만원을 내고 받은 MRI 결과 뒤에 “의사가 말하는데 토달지 말라.”는 대답을 들으면서 꽤나 인간으로서의 대우 자체를 못받고 있다고 느껴야만 했다.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치료 때문에 한의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 적어도 거기서는 내가 환자이면서 인간으로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과학적이건 그렇지 않건 손님, 즉 환자들이 한의원에 가는 건 결국 그런 사소한 감정의 문제일 때도 있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사소한 감정의 문제는 사실 전문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 의사가 나에게 혹시 평소에 운동을 했는지, 운동을 하다가 다쳤는지, 지금도 운동을 어떤 강도로 지속하고 있는지, 이 3가지만 물어봤어도 나는 그 의사를 끝까지 신뢰했을 것이다. 운동을 하다가 다쳤고, 지금도 운동을 지속하는 중임에도 의사는 나에게 ‘운동부족이니까 운동하면 나아요’ 따위의 말이나 해댔으니.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의사들의 태도도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내 만성적인 통증 때문에 내가 다시 추나를 받는 일은 있어도, 다시 대학 병원에 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