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에 갇히지 말아야지

 

어느샌가 글 쓰기는 나의 숨이 되었다.

매일 매 순간 숨을 쉬듯이, 꼭 글 한 편을 써내진 못하더라도 매일 매 순간 글과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된다. 글쓰기가 주는 선물. 주위 모든 것이 소재고, 맞닥뜨리는 많은 상황들은 의미가 된다. 메마른 삶의 어느 가운데, 작은 시냇가를 만났을 때의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언제나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너무 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처럼. 매 순간 숨을 쉬지만, 우리는 그것을 항상 의식할 순 없는 것처럼. 무언가를 생산해 내야 한다는 일정의 강박관념. 그리고 좋은 영감과 소재를 살려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은 어쩌면 글쓰기의 부작용이다. 물론, 그 과정을 거치면서 더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지만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도, 폐활량을 늘려야 하는 달리기도 분명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지나치다’라는 말은 ‘매몰된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열정이 지나쳤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나는 열정이 타올라 뜨거운데, 주위 사람들은 왜 나와 같지 못할까를 나무라며 일했던 적. 다들 있지 않을까. 열정에 매몰되었을 때다. 열정이란 좋은 말도, 그것이 지나쳐 그 안에 갇히게 되면 주위를 보지 못한다. 결국 그 뜨거움이 자신을 홀라당 태우는 걸 느끼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을 탓하며 스러져 가는 것이다.

글 쓰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다만, 가끔은 나의 글 속에 매몰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즉, 무언가 지나친 순간.

첫째, Input 없이 Output만을 바랄 때.

독서를 하지 않은 채 좋은 글과 표현이 나오길 바라는 경우다. 이는 마치 태권도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검은 띠를 매고 유단자 흉내를 내는 것과 같다. 그렇게 쓰는 글들은 허공을 겉돈다. 그럴 때면, 정말로 어디엔가 갇힌 느낌이 들 정도다.

둘째,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족시키려 할 때.

글쓰기의 기본은 자기 고백이다. 내가 선택한 단어와 써 내려가는 문장들은 나로부터다. 그것이 실제 이야기든, 가상의 것이든 간에 그것들은 나의 생각에 기인한다. 하지만 그것이 글이 아닌 책을 쓰려는 의도나, 겉멋 든 표현을 일삼으려 하면 그것은 고백이 아니게 된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또 누군가를 만족시키려는 일. 나는 그게 싫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누군가를 만족시키려는 생각에 매몰되었다가 스스로 화들짝 놀라 몸과 영혼이 움찔하기도 한다.

셋째, 머릿속에 가득한 것들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 때.

글쓰기는 수많은 영감을 주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다 표현해낼 재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때론, 글쓰기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숙제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좋은 영감과 의미를 주었으면, 그 이상으로 멋지게 잘 표현하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어야지. 참 매정하다. 그래서 때론 자괴감에 매몰된다. 아직도 표현하지 못한 영감 노트에 가득한 메모들은 격벽이 되어 나를 가두려 한다.


글쓰기를 하다가 사라지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사라졌다는 건, 무언가에 매몰되었다는 것. 즉, 지나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깨닫는다. 결국, 나를 괴롭히고 나를 깨우치고 나를 즐겁게 하는 건 나 자신이다. 나는 나와 싸우고 싶지도 않고, 이겨먹고 싶지도 않다. 내가 어딘가에 매몰되었을 때, 나를 도와주고 꺼내어줄 존재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를 자꾸 인식하게 만든다.

난 그게 좋다. 내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든, 주저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라고 다그치든. 나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고, 매 순간 진지하며 결국엔 남는 게 많다. 앞으로도 글을 계속해서 써야 하는 이유. 다만, 나의 글에 매몰되진 말아야지 하며 다시금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