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의 약속

나에게 구두는 인연이 크게 없는 아이템이었다. 서른 다섯해를 살면서 구두를 골라본 적도, 제대로 신어본 적도 없다. 결혼식 때 신은 와인색 구두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버지의 구두는 백일휴가 때 닦아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군대에서 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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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들의 도서관

사람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여럿 있기 마련인데, 대체로 보고 즐기는 선에서 만족하며 산다. 매일 바튼 숨으로 바쁜 삶을 사는 대부분의 우리에게 도전은 어쩌면 대리만족의 영역. 그래서 유튜브가 대세일지 모르고. 먹고 입고 게임하고 여행하고 일탈하는 남을 보면서 내가 당장 하지 못하는 관심 분야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약간의 숨통을 틔운다. 용역이나 이벤트, 역할 대행업체들의 성행을 지나 이제는 ‘자아 대행’이 각광받는 시대다. 자아는 어떤 행동뿐 아니라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서 실현되기도 한다. 심지어 생소한 물건을 사는 데에도 도전정신이 필요하며, 사서 사용하기까지 어려운 용기를 쥐어짜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쓰지 않던 물건의 소유와 사용은 하지 않던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예절과 규칙과 답습과 범위가 정형화된 산업 사회에서 효율을 기반으로 굳어진 관례는 강제성을 갖는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이지 못한 것이 사람들의 시선이다. 남들이 볼 때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강박은 자아에 달린 강약 조절 버튼과 같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있어도 겁 없이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울창하게 자란 나무는 자리 잡은 땅의 영양을 온통 빨아들이고 하늘로부터 해를 다 가린다. 그 주위 서늘한 그늘에서는 새 식물들이 만개하지 못한다. 그처럼 소위 386이라 불렸던 세대의 양분을 나누어 받지 못한 채로 주눅 들어 자란 88만 원 세대가 작금의 핵심 노동 인력들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눈부신 성과를 이끌어야 할 30~40대 젊은 인재들은 잠재력을 확인해 볼 새도 없이 큰 나무 아래서 시들어간다. 황금세대는 한 시절에 그치고 그다음에는 하루하루 살기에도 황급한 세대만이 남았다. 알바와 인턴의 경계를 사선처럼 밟고 사는 지금 사회초년생들에겐 구두 신을 일이 거의 없다. 누군가의 시중을 들거나, 누군가가 쓰는 돈을 계산해주거나, 누군가의 여유와 취미를 보조하거나, 들러리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100만 원 언저리의 월 급여를 이어가며 생활을 팍팍하게 만들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여지를 주지 않는다. 통장에는 얼마의 금액이 잠시 들락거릴 뿐, 쌓여가는 건 궁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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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구두

어릴 적, 내게 구두는 꽤 낯선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정장에 넥타이, 잘 닦인 구두를 신는 회사원이 아니었으니까. 친구들의 용돈 벌이 리스트 단골 소재였던 ‘아빠 구두 닦고 500원’의 기억이 내게는 없다. 아버지는 주로 운동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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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별미를 알아보는 시간

뉴질랜드에는 3가지의 키위가 있다. 첫번째가 바로 날개 없는 새를 가리켜 ‘키위’라는 이름을 붙였고, 두번째가 뉴질랜드 백인들을 ‘키위’라 부른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그 먹는 키위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키위 사랑은 너무나 커서 새, 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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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픈 것을 덩어리 덩어리 모아 보니

요즘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본다. 얼마나 자주 보는지 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대중교통을 타도, 자기전에 침대에 누워도, 식당가서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시간에도, 심지어는 밥을 먹으면서도, 넋놓고 얇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움직이는 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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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닮은 버스킹

너무 덥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때문에 출퇴근 같은 필수적인 상황이 아니면 의미 없는 외출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누진세의 위협도 내 에어컨 사용을 멈추지 못했다. (물론 다음 달 전기세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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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따지지 말고, 복날 하자

닭발 빼고, 닭은 다 좋아. 나는 날것과 해조류 일체를 거의 먹지 못하고(또는 먹지 않고), 익힌 육류와 채소류를 좋아한다. 문장으로 적고 나면 단순한 분류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꽤 극단적인 편식가인 편이라서 참견하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30년째 꾸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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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할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이제야 깨달았다. 깨달음은 언제나 늘 갑작스럽고 무언가를 돌이켜보는데에서 온다. 다른 사람이나 주변을 바꾸기보다는 나를 바라보고 관점을 바꿔보자는 고리타분한 내 글에 달린, 누군가의 고마운 댓글로부터다. 그 댓글 속엔 ‘진화’란 단어가 있었다. 하루 종일 그 단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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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뜬금없는 언어학적 위로

‘생각도 일종의 언어다.’ 비트겐슈타인이 한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을 비롯하여 소쉬르와 같은 언어철학자들은 언어야 말로 인간이 가진 생각의 말로라고 보았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과연 언어철학자들이 말하는 ‘언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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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어른인가

가짜 어른 구분법 얼마 전 브런치에서 ‘가짜 어른에 속지 않는 법’이라는 글을 읽었다. 구구절절 명료하고 재미있는 글이었는데, 특히 나는 이 문장이 좋았다. ‘말과 행동이 달라 헷갈릴 때는 행동만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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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를 찾는 버릇

사람은 다면체 사람이란 일종의 다면체라서, 때로는 모순적인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지니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필요 이상으로 꼼꼼한 태도와, 필요에 미달할 정도로 칠칠맞은 구석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뭔가 포장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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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놀고 있네

어느날 친한 동생이 이야기했다. ‘오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뭔지 알아?’ 뭔데? ‘끼리끼리 논다는 말. 이거 정말 무서운 말이야.’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었다. 뭔가 운명론 같은 말이니까. 너의 미래에 일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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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소 체험하고 있는 직장 명언들

자고로 배움은 몸소 겪어야 제맛이다. 거짓말 같이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직장인이라는 생활을, 그것도 한 회사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남고 있는 나 자신에게 가끔은 놀란다. 회사에 여러 사업본부가 있다 보니, 마치 다른 회사처럼 돌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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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한알에도 우주가 깃들었나니…

겨자는 기독교와 불교 모두에게 등장하는 희안한 식물이다. 두 종교 모두 겨자씨를 ‘아주 작고 미세한 것’을 가리킬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겨자씨는 도대체 얼마나 작을까? 겨자씨는 씨앗 한 알이 1mm 정도로 아주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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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싶다는 욕망의 정체

어릴 적 장래희망의 기억 남들 하는 만큼은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외국어 얘기만 나오면 실없이 웃으면서 “난 국문과 출신이라…”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수학은 이차방정식이 내 마지막 단원이다. 삼각함수니 시그마니 하는 단어는 기억하지만 어떻게 계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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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 한 그릇 뚝딱!

역사적으로 먹방에 강한 민족 요즘은 손님맞이용으로 펴는 원형의 두레반이나 사각의 교자상이 있긴 하지만, 보통은 서구식 테이블이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이런 테이블이 대중화되기 훨씬 이전, 조선시대 후기부터 우리 선조는 ‘각상’ 또는 ‘소반’이라고 부르는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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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살다보면 인생은 생각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내 짧은 31년 인생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나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조금은 민감한 이야기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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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회신과 사람의 유형

  이메일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른다! 직장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사람들이 모였으니 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더없이 중요하다. 직장 생활의 9할이 커뮤니케이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메일은 그중에서도 단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전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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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음식 기행

스위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매력은 발달된 관광시설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위스의 주된 소득원은 해외에서 이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으로부터 나온다. 상대적으로 스위스 국민의 창의적인 기술력은 약간 감추어진 느낌을 준다. 스위스에서 받은 노벨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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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읽기와 쓰기가 나를 구원한다

책을 오랫동안 읽지를 못했다. 사실 그동안 일기도 오랫동안 쓰지 못했다. 뭔가 삶에 이상 징후가 올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독서와 일기쓰기가 오랜기간 중단되는 것이었다. 얼마전 일기를 쓰기 위해 일기장을 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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